뉴로모픽 반도체: 인간의 뇌를 닮은 AI칩, 관련주는 무엇이 있을까?
AI 반도체 시장은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시작으로 CXL, 온디바이스 AI에 이르기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이 모든 기술은 AI의 두뇌인 GPU와 NPU를 '더 빠르고, 더 효율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한 노력의 산물입니다. 하지만 이 화려한 기술 발전의 이면에는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바로 AI가 초래한 전례 없는 '전력 위기'입니다. 거대 AI 데이터센터 하나가 중소도시 전체와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는 지금, 현재의 컴퓨팅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AI 시대를 열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근본적인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인류는 가장 완벽한 컴퓨터, 바로 '인간의 뇌'에서 해답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뇌신경 구조를 하드웨어로 모방하여 기존 반도체 대비 수천 분의 1 수준의 전력으로 AI를 구동하는 뉴로모픽(Neuromorphic) 반도체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는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AI 반도체의 개념 자체를 바꾸는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주식 투자자에게 뉴로모픽은 당장의 수익을 안겨주는 테마는 아니지만, 10년 뒤 시장을 지배할 기술의 씨앗을 미리 발견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폰 노이만 구조의 한계와 뇌의 경이로운 효율
우리가 지금껏 사용해온 모든 컴퓨터는 '폰 노이만 구조'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는 연산을 담당하는 CPU(중앙처리장치)와 데이터 저장을 담당하는 메모리가 물리적으로 분리된 구조입니다. 셰프(CPU)가 요리를 위해 계속해서 멀리 떨어진 냉장고(메모리)를 왕복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에 '교통 체증'(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이동 자체에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AI 시대에 처리할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이 비효율은 극에 달했습니다.
반면, 인간의 뇌는 약 20와트(W), 즉 희미한 전구 하나를 켤 정도의 에너지로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연산을 수행합니다. 이는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 '뉴런'과 이들을 잇는 '시냅스'가 연산과 저장을 한 자리에서 동시에 수행하기에 가능합니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바로 이 구조를 실리콘 칩 위에 구현한 것입니다. 데이터를 불필요하게 옮길 필요가 없어 전력 소모를 혁신적으로 줄이고, 수많은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병렬 처리'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24시간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해야 하는 자율주행차, 로봇,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에 AI가 탑재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입니다.
뉴로모픽 관련주, 어떻게 발굴해야 할까?
뉴로모픽 기술은 아직 연구개발 초기 단계로, 주식 시장에 '뉴로모픽 전문 기업'으로 상장된 곳은 전무합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직접적인 기술 개발 기업을 찾기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선행 연구를 진행하는 기업과 기반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주목해야 합니다.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이 막대한 자본력과 연구 인력을 바탕으로 관련 국책 과제를 수행하거나 PIM(Processing-In-Memory)과 같은 선행 기술을 개발하는 대기업입니다. PIM은 메모리 내부에 연산 기능을 더하는 기술로, 뉴로모픽으로 가는 핵심 징검다리로 평가받습니다. 둘째는 AI 반도체 설계에 필수적인 IP(설계자산)를 보유한 팹리스 기업입니다. 특히 저전력 NPU(신경망처리장치) 설계 기술은 향후 뉴로모픽 칩 개발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 구분 | 기업명 | 투자 포인트 및 연관성 |
|---|---|---|
| 대형주 (선행 기술 R&D) |
삼성전자 | 세계 최초로 HBM-PIM 기술을 개발하고, 뇌 구조를 모방한 D램-PIM 논문을 발표하는 등 뉴로모픽 연구를 선도. |
| SK하이닉스 | PIM 기술을 적용한 'AiM' 칩을 개발.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 개발 관련 국책과제에 적극적으로 참여. | |
| 팹리스/IP (기반 기술 보유) |
오픈엣지테크놀로지 | AI 반도체의 핵심인 NPU IP와 메모리 컨트롤러 IP를 보유. 특히 저전력 설계 기술력은 뉴로모픽 시대에 부각될 가능성. |
| 자람테크놀로지 | 통신용 시스템 반도체 설계 기술력 보유.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등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분야로 사업 확장 추진. |
뉴로모픽 테마에 대한 투자는 1~2년의 성과를 보고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10년 뒤 AI 반도체 시장의 지형을 바꿀 '파괴적 혁신'에 대한 장기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지금은 관련 기업들의 연구개발 동향, 특허 출원, 국책과제 수주 소식 등을 꾸준히 추적하며 가능성의 씨앗을 뿌려두는 시기입니다. AI가 전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정으로 인류의 삶에 녹아들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뉴로모픽이라면, 그 산을 가장 먼저 오르는 기업은 차세대 반도체 시장의 진정한 승자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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